
솔직히 10분만 보고 끌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지막 총격전이 끝났을 때 '이걸 왜 이제 봤지?'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B급 영화에 매즈 미켈슨이 출연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목만 보면 그냥 넘길 만한 영화인데, 이건 존 윅과 나란히 놓고 얘기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매즈 미켈슨이 B급 영화에 나온다고?
제가 이 영화를 찾아본 건 솔직히 별다른 기대 없이였습니다. 요즘 볼 만한 액션 영화가 워낙 없으니까요. 그런데 크레딧에서 매즈 미켈슨을 발견하는 순간, 뭔가 달라도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폴라(Polar)는 은퇴를 앞둔 세계 최고의 킬러 덩컨 비즐라가 주인공입니다. 소속 조직은 그의 은퇴 자금을 가로채기 위해 암살자들을 보내고, 덩컨은 거기에 맞서 싸웁니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합니다. 이 구조를 두고 "진부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단순한 뼈대 위에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배우의 존재감이 얼마나 올라가 있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매즈 미켈슨이 구현하는 캐릭터에는 퇴폐미(decadent aesthetic)가 있습니다. 여기서 매즈 미켈슨 특유의 묘하게 위험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이 영화에서는 유독 잘 살아납니다. 그 인물이 갖는 독특한 매력, 퇴폐미! 그게 이 배우에게 이렇게 잘 맞을 줄은 몰랐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수리공으로 위장해 타겟을 처리하는 호텔 씬입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을 때마다 심카드를 잘라 버리는 습관적 행동. 군더더기 없이 보안이 생명인 인물임을 보여주는 디테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주인공 덩컨 비즐라: 은퇴를 앞두고 조직의 배신을 당하는 킬러
- 매즈 미켈슨 특유의 퇴폐미가 캐릭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짐
-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연출·배우 존재감으로 밀도를 채움
액션 카타르시스, 존 윅과 비교하면?
폴라를 보면서 제가 계속 머릿속에 떠올린 영화가 존 윅이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킬러 장르이고, 액션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극대화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일이 꽤 다릅니다.
존 윅이 정제된 건-푸(gun-fu) 액션을 내세운다면, 폴라는 좀 더 과격하고 날것의 느낌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충격감을 줬습니다. 총격전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고 지저분하게 남겨지는 장면들이 더러 있는데, 그게 이 영화만의 질감이었습니다. 국내 영화로 치면 회사원이나 스모킹 에이스의 느낌과 가깝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도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다만 솔직히 얘기하면, 악당 캐릭터들의 개인 역량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기괴한 외형과 설정으로 강렬하게 등장하는데 실제 행동력이 그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그런 부분을 두고 "B급 영화만의 매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래도 주인공 중심의 서사가 단단하게 잡혀 있어 크게 흔들리진 않았습니다.
네이버 영화 기준 네티즌 평점이 8.45점(출처: 네이버 영화)에 달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숨은 명작이라고 부르기 충분한 수치입니다. 단, 잔인한 장면이 상당하고 후반부에 살을 뜯기는 고문 시퀀스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이쯤에서 멈춰야 하나 싶었을 정도였으니, 폭력적인 연출에 민감한 분들은 미리 감안하고 보는 게 맞습니다.
숨은 명작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예상 밖이었던 건 후반부의 레이저 유도 무기 장면이었습니다. 극 중에서 "군대(The Army)"라고 불리는 자동 소총이 등장하는데, 손에서 발사된 레이저 조준점을 타겟으로 삼아 일순간에 섬멸하는 연출입니다. 이 장면을 보고 저도 잠깐 실제로 저런 무기가 존재하는지 찾아봤을 정도입니다. 아마 감독은 이 한 장면을 위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끌어온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장렬하게 그려냈습니다.
여배우 발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네사 허진스는 일반인 같은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해 처음엔 눈에 잘 안 들어오는데, 볼수록 매력이 쌓이는 스타일입니다. 캐서린 위닉은 악역인데도 미운 감정이 들지 않았습니다. 매 장면마다 의상을 달리 하면서 화면을 장악하는데, 제 경험상 악역 캐릭터가 이렇게 밉지 않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화 전반에는 에로티시즘(eroticism)—즉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미장센을 활용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연출 기법—이 깔려 있습니다. 킬러 일당 중 미인계를 쓰는 파트가 있고, 수위가 꽤 높은 장면이 간간이 나옵니다. 이 부분은 보는 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과거의 죄책감이라는 묵직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일리시한 겉면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폴라 영화 존 윅이랑 비슷한가요?
A. 둘 다 킬러 생존물이라는 큰 틀은 같지만 결이 다릅니다. 존 윅이 정제된 건-푸 스타일이라면 폴라는 더 날것에 가깝고 과격합니다. "존 윅보다 현실적인 것 같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오히려 연출이 산만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두 영화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폴라의 완성도를 방증한다고 봤습니다.
Q. 폴라 잔인한 편인가요? 볼 수 있을 만한 수준인가요?
A. 꽤 잔인한 편입니다. 특히 후반부 고문 시퀀스는 저도 잠깐 멈추고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혈흔과 폭력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고어 콘텐츠에 민감한 분들에게는 권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이 장르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오히려 이 과격함이 영화의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Q. 매즈 미켈슨이 이런 액션 영화에 어울리나요?
A. "B급 영화에 왜 나왔냐"고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보면 이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성립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퇴폐미와 존재감이 캐릭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저도 처음엔 의아했지만 보고 나서는 최적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폴라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넷플릭스인가요?
A. 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배급한 영화이기 때문에 넷플릭스 구독자라면 별도 비용 없이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 여부는 국가별로 다를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추천 대상
- 존 윅을 재미있게 봤다.
- 매즈 미켈슨 팬이다.
- 고어 액션에 거부감이 없다.
- 스타일리시한 킬러 영화를 좋아한다.
결론
제목이 밋밋하고 B급 딱지가 붙어 있어서 그냥 넘겼던 영화인데, 이건 분명히 숨은 명작 쪽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매즈 미켈슨의 존재감, 레이저 무기 장면의 유니크함, 그리고 그 아래 깔린 과거의 죄책감이라는 주제 의식까지. 단순한 킬링 타임용으로 보기엔 층위가 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잔인한 장면과 에로틱한 연출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히 있으니, 그 부분은 미리 감안하고 선택하는 게 맞습니다. 액션 장르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분들이라면 존 윅과 킬 빌을 잇는 계보에 놓을 만한 작품이라고 저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