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다야?"
스콧 앳킨스 주연의 리벤지 액션 <디아블로>는 콜롬비아 갱단 보스에게 모든 걸 빼앗긴 히트맨이 15년 만에 딸을 되찾으러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이게 정말 다인가?
스콧 앳킨스라는 이름이 걸어준 기대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꽤 들떠 있었습니다. <존 윅 4>와 <익스펜더블> 시리즈에서 스콧 앳킨스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단순한 몸 쓰는 배우 수준이 아니었거든요. 마샬 아츠, 즉 무술 기반의 격투 액션에서 그가 가진 완성도는 할리우드 액션 배우 중에서도 손에 꼽힙니다. 여기서 마샬 아츠란 단순한 싸움 기술이 아니라, 유도·무에타이·킥복싱 등의 체계화된 무술 훈련을 기반으로 영상화한 격투 퍼포먼스를 뜻합니다. 그런 배우가 주연이고, 장르가 리벤지 액션이라는데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죠.
게다가 공개된 티저 포스터도 꽤 그럴듯했습니다. 붉은 배경, 두 손으로 총을 쥔 비장한 크리스의 표정, 그리고 "딸을 구출하라!"는 카피.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을 가게 만드는 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제 기대는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된 줄거리 요약을 봐도 알 수 있듯,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콜롬비아 최대 갱단 보스 비센테, 15년간 억울하게 복역한 히트맨 크리스, 그 사이에서 자란 딸 엘리사. 충분히 긴장감 있는 구도입니다. 문제는 그 설정이 화면 안에서 전혀 살아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액션 퀄리티, 과연 기대만큼인가
에스콰이어와 콜라이더 등 해외 매체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완벽한 킬러 액션의 즐거움"이라는 호평을 내놓았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봐보니 그건 좀 다릅니다.
액션씬 자체가 아예 없다거나 형편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스콧 앳킨스 특유의 킥 무빙은 몇몇 장면에서 눈에 띄게 잘 구현됩니다. 특히 킬러 엘코르보와의 1대1 대결 구도는 구성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킥 무빙은 스콧 앳킨스가 시그니처처럼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잘 된 장면들이 영화 전체의 흐름을 타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 장면이 괜찮다 싶으면 다음 장면이 맥을 끊어버리는 식입니다. 전체적인 편집 리듬이 엉성해서, 액션의 임팩트가 쌓이지 않습니다. 몇 장면은 솔직히 잔인해서 불편했는데, 그 잔인함이 극적 카타르시스로 연결되지 않고 그냥 불쾌감으로 끝나버리더군요.
한 줄 요약하면, 좋은 재료가 있는데 요리를 못한 느낌입니다.
- 스콧 앳킨스의 마샬 아츠 기반 킥 무빙은 몇몇 장면에서 확실히 살아있습니다
- 킬러 엘코르보(마르코 자로 분)와의 대결 구도는 설정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 그러나 전체 편집 리듬이 엉성해 액션의 임팩트가 누적되지 않습니다
- 잔인한 장면이 카타르시스 없이 불쾌감만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망스러운 스토리와 부성애 묘사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사실 액션이 아니라 스토리입니다. 복수 서사 장르는 공식이 있습니다. 핵심은 관객이 주인공의 상실감에 충분히 공감해야 복수가 통쾌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디아블로>는 그 공감 형성이 너무 허술합니다. 크리스와 엘리사 사이의 부성애가 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이어야 하는데, 두 사람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납득할 만한 시간 없이 진행됩니다. "당신이 내 아버지라고요?"에서 "그래 아버지야"가 되는 과정이 너무 급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감정선의 생략은 액션영화에서도 치명적입니다. 복수의 이유를 관객이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리 화끈한 격투씬도 공허해지거든요.
게다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남미 갱단, 억울하게 복역한 전직 히트맨, 납치된 딸, 세계 최강급 킬러와의 대결. 이 설정 조합은 지난 10년간 나온 수많은 액션물에서 반복된 것들입니다.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파이널>과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오히려 그 시리즈와 비교해 보면 <디아블로>가 얼마나 세계관 구축에 소홀했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영화 정보 사이트에서도 봤더니 장르 평균에 비해 서사 밀도가 낮다는 평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봐야 할 사람이 있다면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제가 이 영화를 꽤 혹독하게 평가했다는 걸 아실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모든 사람에게 나쁜 영화는 아닙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분명히 확인한 게 하나 있습니다. 스콧 앳킨스 팬이라면, 그리고 그가 몸으로 만들어내는 스턴트 액션(Stunt Action)에 집중할 수 있다면 불만이 좀 덜할 수 있습니다. 스콧 앳킨스는 이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스토리와 연출의 완성도를 기대하고 본다면 이 영화는 분명히 실망스럽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장면 왜 이렇게 처리했지?", "이 감정 전환이 말이 돼?"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거든요. 그닥 편하게,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액션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기대치를 낮추고, 스콧 앳킨스의 몸 하나만 보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그나마 납득이 가는 영화입니다. 그 이상을 원하신다면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시리즈를 먼저 찾아보시는 게 훨씬 만족스러울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디아블로 영화 스콧 앳킨스 액션 볼 만한가요?
A. 스콧 앳킨스 특유의 마샬 아츠 기반 킥 무빙은 몇몇 장면에서 분명히 살아있습니다. 다만 전체 편집 리듬이 고르지 않아 액션의 임팩트가 쌓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의 액션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기대는 금물입니다.
Q. 디아블로 스토리 너무 뻔한가요?
A. 네, 솔직히 말하면 설정과 전개 모두 기시감이 상당합니다. 억울한 히트맨, 납치된 딸, 남미 갱단이라는 조합은 지난 10년간 수없이 반복된 리벤지 무비 공식입니다. 부성애 묘사도 감정선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채 빠르게 전개되어 깊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Q. 보이카 언디스퓨티드랑 세계관이 연결되나요?
A. 일부에서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영화 자체에서 명확하게 연결되는 요소가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보이카> 시리즈의 서사 밀도가 훨씬 높다는 것만 확인하게 됩니다. <디아블로>를 먼저 보기보다는 <보이카> 시리즈를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결론
<디아블로>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콧 앳킨스의 마샬 아츠 역량, 남미 카르텔이라는 설정, 부성애를 중심으로 한 리벤지 무비 구조. 그런데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재료들이 제대로 요리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허술한 연출, 감정선이 생략된 부성애, 기시감 넘치는 전개.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영화 전체가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스콧 앳킨스 팬이라면, 그리고 스턴트 액션 하나만 목적으로 한다면 스트리밍 이후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리벤지 액션의 카타르시스를 원하신다면,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시리즈가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